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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부장 작성일21-05-01 11:58 조회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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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상속이 마무리되면서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삼성생명 지분율이 '10:7:3'으로 정리됐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이 10.44%,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6.92%,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3.46%다.하나파워볼

두 여동생의 삼성생명 지분을 합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과 맞먹는다. 이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지분 4151만9180주(20.76%)를 '3:2:1'의 비율로 이 부회장이 절반(10.38%·2075만9591주) 물려받고 이부진 사장이 3분의 1(1383만9726주), 이서현 이사장이 6분의 1(691만9863주)를 상속받은 결과다. 이 부회장은 기존에 삼성생명 지분 12만주(0.06%)를 갖고 있었다.

이 회장의 유족들이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법정 상속비율대로 나눠 물려받은 것과 달리 삼성생명 지분은 이 부회장에게 몰아준 것은 이 부회장 중심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요약된다. 이 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5%가량에 불과한 상황에서 그룹 매출과 시가총액의 80%를 차지하는 핵심계열사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선 삼성물산(삼성전자 보유지분 5.01%)과 삼성생명(삼성전자 보유지분 8.51%) 지분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은 17% 이상 확보한 최대주주지만 삼성생명 지분은 이번 지분 상속 전까지 0.06%에 그쳤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 10.38%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를 위한 2개의 파이프라인을 모두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삼성전자 지분 13.52%와 이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 1.63%를 합하면 15%가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움직일 수 있다.

삼성그룹 내부 소식에 밝은 한 재계 인사는 "이번 사속으로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연결고리가 더 강화됐다"며 "홍라희 여사가 이런 그림을 그리는 데 역할을 했고 이 부회장을 비롯한 3남매도 홍 여사의 뜻을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1월2일 당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을 마친 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오른쪽)의 손을 잡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뒤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뉴스1 /사진=뉴스1

홍 여사는 삼성생명 지분 상속을 포기하고 장남인 이 부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면서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다만 두 딸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을 합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과 비슷하게 조율해 이 부회장 스스로 지속적으로 경영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이 부회장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부진 사장은 이번 상속으로 삼성생명의 개인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서현 이사장은 삼성생명 지분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미술품 등에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 지분을 제외하고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 등 경영권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주식은 법정 상속비율대로 나눠 유족들끼리 재산권을 최대한 인정하는 상속이 이뤄졌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그동안 삼성전자 지분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배당소득이 미미했다는 점에서 이번에 삼성전자 지분 확보로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수 일가는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1조3000억원가량의 특별배당금을 받았다. 특별배당이 없는 평년에는 8000억원가량을 배당금으로 받는다. 이날 1차로 납부한 2조여원의 상속세도 이같은 배당금과 금융권 대출 등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지분 분배 비율을 확정한 배경으로는 유산을 둘러싼 다툼에 대한 국민 여론을 감안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 회장이 생전에 유언장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유족 중 1명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세기의 상속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가족 개개인 의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원만한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이 부회장 등 가족들이 13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도 균등하게 나눠서 부담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체 상속지분을 종합하면 홍 여사가 종가(8만1500원)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 11조1854억원어치를 보유하게 됐다. 이 부회장(7조9393억원)보다 3조원 이상 많은 규모다. 이 부회장의 상속지분 가치는 삼성전자 지분(7조9393억원)에 삼성생명 지분가치 1조7058억원을 더하더라도 홍 여사의 삼성전자 지분평가액보다 낮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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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안철수 오세훈/조선일보DB

정치권에서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늦어도 6~7월엔 대선 도전을 공식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윤 전 총장이 ‘과거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해 처벌한 윤 전 총장의 전력을 두고 국민의힘 일각에선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1일 국민의힘 계자는 “윤 전 총장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되려면 보수 진영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과거사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사퇴 이후 두 달 가까이 ‘침묵’하고 있지만, 지지율은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윤 전 총장뿐 아니라, 야권 유력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과거 문제에 얽혀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선 이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찬반 투표에 시장직을 걸어 ‘박원순 서울시정 10년’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직을 되찾은 뒤로 당과는 다소 선을 긋고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은 도심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지만, 취임 이후 유력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자 ‘속도 조절’을 공식화했다. 오 시장은 지난 29일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관한 서울시의 의지를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해치고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켜 무주택 서민을 절망시키는 그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이 과제로 남아있다. 원내 3석인 국민의당이 대선을 치르기 위해선 야권 통합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8일 주호영 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만나 합당 관련 이야기를 나눴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로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을)이 당선되면서 합당 여부는 불투명해지게됐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통합 반대 여론이 있다. 김 원내대표는 합당에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에 ‘원칙론’을 강조하면서 “통합을 서두르는 것은 어리석은 스케줄”이라며 “통합을 위한 통합을 하면 설익은 밥으로 자칫 배탈이 날 수 있다.”고 했다. 안 대표도 최근 “합당은 내년 3월 전이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밝힌 만큼, 합당 속도보다 통합 시너지를 높이는 방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은 탄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황 전 대표는 최근 정치 활동을 재개하면서 오는 5일부터 13일까지 미국을 방문한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선 황 전 대표의 정치 활동 재개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30일 대구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탄핵이라는 결정에 대해 후회하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 상황이 다시 오더라도 다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것은 탄핵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이슬비 기자 sb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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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비의 달려라, 오십호(好)
30. 오십이 십오에게

성소수자 어른 세대인 나로서는
10대에게 줄 정답·해답 없지만 기다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쓴다
그리고 우린 같이 걸을 것이다

원하는 삶 무엇이든 얻을 거야
낙관적인 판타지만 말하진 못해
그냥 평범하고 즐겁게 살아도 돼
넘어지면서 살아, 살아남으라고

그때 그 사진 속 인물보다 훨씬 더 환하게 웃으며, 누군가를 마주할 수는 있지 않을까. 유리문 너머에서 그런 나를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한 건지도. 사진 류 제공


올해에는 부산의 한 책방에 상주하며 몇몇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지역에서 책의 영토를 지키려 분투하는 서점 대표님들이 주민들과 함께 문학의 자장을 넓혀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셨고, 나에게 프로그램을 함께 하자고 청해오셨다.

성소수자는 언제나 주민의 일부로 존재하면서도 지워진 존재일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같이 해보자는 그분들의 제안이 고마웠다. 내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이렇게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또 기회가 있을까, 할 수 있는 한 애써보아야 한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책무가 다시 나를 끌어올린다. 버거울지도 모르는 일에 용기를 내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의 시작은, 언제나 그렇게 타인의 용기에 기대어서였다.

그 프로그램들 중 하나가 퀴어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소 ‘가가가가’(‘사람은 모두 똑같은 사람’이란 의미이면서, 동시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니?’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였는데, 함께 논의한 프로그램들 가운데 가장 기대가 되기도 하고 또 걱정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상담’이라는 것이 그 어떤 분야보다 전문성이 필요하단 걸 알면서도 일단 해보자 마음먹을 수 있었던 건, 그 목마름을 알기 때문이었다. 퀴어에 관한 말이나 영상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진 시대이긴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누군가를 대면하여 만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파워볼게임

모두의 것이어야 마땅한 사랑인데


나에게 정답이나 해답을 제시할 능력이 있다고는 믿지 않지만,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살아도 되는 일일까, 떠밀린 자가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근원 너머의 질문에 희미한 힌트라도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였다. ‘좋아졌다’고는 말하지만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니 어떻게라도 미래 세대에 실낱같은 희망을 직접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겨우 한 사람이겠지만, 그럼에도 주민들 사이에 섞여 존재하는 한 사람이기에, 나이 오십을 넘기고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웃는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는 나를 만나고 나 역시 그를 만나면서 우리는 겨우 둘뿐이지만, 그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하고 목소리를 남겨둠으로써 또 다른 누군가의 꽉 막힌 숨통을 조금은 열어줄 수 있지 않을까, 아주 미약하고 흐릿한 희망에 불과하지만, 용기를 내기에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충분했다.

어쩌면 문학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그토록 질식할 것 같은 인간의 시간 속에 숨을 불어넣는 것, 미처 가닿지 못한 곳에 가닿을 수 있는 목소리 같은 것. 아무리 희미하고 흐릿하더라도 움츠렸던 몸을 벌떡 일으키는 반가움 같은 것, 길을 잃고 헤매던 자신의 이름이 마침내 불리는 일 같은 것.


작가와 함께 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프로그램으로 상담이 필요한 퀴어의 시간 ‘가가가가’를 매주 토요일 예약제로 운영하는 부산의 인문학 서점 ‘책방밭개’. 김비 제공


지금 시대와 빗대어 말하기엔 너무 멀지만, 삼십육년 전의 열넷이나 열다섯의 나도 다르지 않았다. 나의 경우엔 사랑을 느끼는 대상의 다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몸에 관한 문제였으니 다를 수 있겠지만, 숨어 있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짓눌릴 수밖에 없던 압박감은 다르지 않았으리라.

아무도 내 입을 틀어막지 않았는데, 나는 스물네시간 보이지 않는 입이 내 얼굴을 꽉 감싸쥔 것만 같았다.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고, 입 밖에 내면 당장에 따돌림이나 조롱받을 것이 너무도 자명했다.

지금도 여기 이 사회는 차별금지법은 모른 체하면서 자신들은 단 한번도 성소수자를 비난하거나 차별하지 않았다고 결백을 주장한다. 그러나 오로지 자신들에게만 사랑이 존재하는 것처럼 온통 남녀의 결합을 위해서만 수백년 수천년 동안 몽롱하게 끌어올린 사랑 담론은 이미 또 다른 방식의 사랑을 하고 사는 존재들을 배제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번 적지만, 생물학적 이성애가 올바르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당신들의 사랑이 너무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처럼, 누군가 다른 몸, 다른 정체성을 지닌, 당신과 다른 사람의 사랑 역시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모두의 것이어야 마땅한 그 사랑을, 특정 조건의 누군가에게만 존재하는 것처럼 일종의 모의를 진행한 이 역사가 이미 폭력이지 않았느냐고 되묻는 것이다.

당신도 남자가 아닐 수 있다거나 여자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운 좋게도 하나의 성별로 지정될 수 있는 염색체와 호르몬과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무수히도 많은 ‘다수’인 당신의 존재처럼, 그렇지 않은 누군가의 존재 역시 ‘당연히’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한 존재를 마치 곁에 같이 살아서는 안 되는 사람처럼, 기괴한 괴물처럼 묘사하며 사회 밖으로 떠밀었던(혹은 떠밀고 있는) 이 사회의 태도는 진정 폭력이 아닌가, 왜 반성이 없는가, 이만큼 성숙해진 한국 사회가 왜 고치려 하지 않는가, 끊임없이 되물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열셋, 열넷, 열다섯, 열여섯의 누군가 찾아온다면, 일단 떡볶이를 사러 같이 갈 것이다. 김비 제공


열다섯의 내 앞에 누군가 있었다면


그런 현실에 관해 말해야 하는 입장에서, 성소수자인 어른 세대인 나로서 그들과 마주하는 일은 솔직히 곤혹스럽기도 하다.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학교 밖을 나가면 차별이 있을 것이라 말하고, 호르몬 치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아도 네가 원하는 성별로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일은, 상담이 아니라 어쩌면 가학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상담이라고 그들을 도와준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두려움을 안기고 겁박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나로 그들 앞에 서고 싶지 않은데, 고통스럽지 않게 고통을 말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다시 막다른 길에 서고 만다.

‘선생님, 왜 우리 사회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죠?’라는 물음에 어른으로서 해줄 말이 없다. 들으나 마나 한 아주 얄팍한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나인가, 천장만 올려보고 눈만 껌뻑거릴 거면 뭐 하러 상담을 한다고 마주 앉았나,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듣기 좋은 달콤한 이야기들만 해줄 수는 없는 일. 네가 원하는 삶은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며, 어디에든 도움 받을 곳이 있고, 차별받지 않는 공동체도 무수히 많다고 낙관적인 판타지만을 말할 수는 없다. 네가 긍정적이고 진취적이기만 하다면 성소수자인 네 삶은 어디에서든 충분히 존중받고 그 대가를 얻을 것이란 거짓말은, 이 사회가 스스로의 부조리와 폭력을 은폐하려 내밀었던 ‘무턱대고 긍정주의’가 아닌가? 이렇게 호르몬 치료를 받고, 이렇게 수술을 하고, 이렇게 외모를 꾸미면 되는 일이라고 말하는 일은, 그동안 이 사회가 여성이나 남성에게 주입해왔던 욕망을 그대로 답습하는 또 다른 동어반복이 아닌가? 이는 또한 지금 이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일단 대학만 들어가면 성공의 길에 가닿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거짓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게 아닐까?


상담이 필요한 퀴어의 시간 ‘가가가가’ 프로그램을 위한 김비 작가의 친필 편지. 김비 제공


기껏해야 이 거대한 사회 속 부품 하나가 되는 일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인간의 책무이고 인간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 비겁한 짓을, 나는 다시 또 그럴듯한 해결책이라고 궁지에 몰린 그들에게 내밀게 되는 건 아닌지. 나 역시 다시 또 부끄러운 어른으로 그들을 마주해야 하는 건 아닌지.

1980년대 중반, 나 같은 사람의 모습을 처음 본 건 한 유명 성인 잡지의 해외 토픽 난에서였다. 남자 중학교에 다녔으니 몇몇 아이들은 활자나 사진으로 찍힌 그런 성인물을 던지고 빼앗고 돌려 보는 것이 그 시절 남학교 교실 풍경이었는데, 우연히 책상 위로 날아든 잡지 속에 한 외국인이 상체를 드러낸 채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파마를 한 머리는 길었고 화장을 했지만, 상체는 남성의 것이었다. 그때에는 ‘트랜스젠더’라는 용어조차 이 나라에 존재하지 않았을 때였으니, 간단히 ‘여장 남자’로 소개하고 있었다. 킥킥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묻혀버린 잠시 잠깐의 사진 한장이었지만, 그때 그 사진은 오십이 넘은 지금도 꽤나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때 내가 그 사진 속 인물과 나를 동일시할 수 있었는가 아닌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단순히 추억의 사진 한장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집에 돌아가면서, 나는 사진 속 그 사람 생각을 했을까? 이상하게도 지워지지 않는 사진 한장 때문에 잠을 설쳤을까? 누군가 나의 혼란스러움 앞에 마주 서주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모두들 너무 바빴다. 먹고사느라 바빴고, 각자의 폭력을 견디며 싸우느라 바빴고, 자기들만 행복해지느라 바빴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여자 만들고 남자 만드느라 바빴다. 그 사람이 사진 속에서가 아니라, 성인 잡지 속에서가 아니라, 해외 토픽 속에서가 아니라, 바로 앞 유리문 건너편에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면, 열다섯의 나는 훨씬 덜 고통스러웠을까, 위로가 되었을까?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니었던, 사진 속 그 희미한 웃음의 의미를 나는 이제야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상체를 드러내 보여줄 수는 없지만, 그때 그 사진 속 인물보다 훨씬 더 환하게 웃으며 누군가를 마주할 수는 있지 않을까? 유리문 너머에서 그런 나를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한 건지도. ‘어른’을 보여줄 것이 아니라, ‘나이 먹은 혼란’을 보여주면 되는 일인지도.

일단 떡볶이를 사러 같이 간다


상담 날짜는 매주 토요일 오후, 하지만 벌써 3주째 아무도 신청을 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두번째 토요일부터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편지로 적기로 했다. 여기 이곳에 찾아오지는 못하더라도, 차마 말할 수 없는 침묵 속에, 사람을 마주할 수조차 없는 무기력 속에 있을 누군가에게, 여기 너를 닮은 사람이, 너와 비슷했던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기록하기로.

열셋, 열넷, 열다섯, 열여섯의 누군가 찾아온다면, 일단 떡볶이를 사러 같이 갈 것이다. 서점 근처에 맛있는 떡볶이집도 알아두었다. 떡볶이집까지 걸어가는 길가에 기차가 드나드는 굴다리가 있는데, 기찻길 옆에 주민들이 자그만 밭을 만들어 채소를 심고 기르고 있는데, 철망 너머로 귀엽게 키를 키운 모종들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같이 볼 것이다.


부산의 인문학 서점 ‘책방밭개’에서 운영하는 상담이 필요한 퀴어의 시간 ‘가가가가’의 문패. 김비 제공


‘저 채소가 뭔 줄 아니?’ 물어볼 것이고, 아마 그 아이는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고, 나 역시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다. ‘오십이 넘어도 모르는 건 모르더라, 야!’ 그렇게 머쓱하게 대답하고는 혼자 큰 소리로 웃을 것이다.

떡볶이를 사러 갔지만, 오징어튀김을 더 많이 집어 먹을 것이다. 떡볶이는 포장해 손에 들고, 오징어튀김을 집어 먹다가, 다시 또 오징어튀김을 더 포장해달라고 말할 것이다.

우린 특별하지 않고, 특이하지도 않으며, 아주 평범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나의 마음을 읽어줄까? 떡볶이를 먹으러 왔다가 오징어튀김을 더 많이 먹었던 것처럼, 기찻길 옆에 텃밭을 키우는 주민의 마음처럼, 이해할 수 없고 위태로운 길 위에 키운 것들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아줄까? 뜨끈해진 검은 비닐봉지를 품어 안고 오다가, 갑자기 그냥 집에 가겠다고 말하는 너를 나는 그냥 보내줄 것이다. ‘잘 가!’ 손을 크게 흔들고, 마음속으로만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되뇔 것이다. 주눅 들지 말고, 겁내지 말고, 들이받으면서 살아! 넘어지면서 살아, 살아남아! 그렇게.



▶ 김비. 소설가. 에세이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소설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등이 있으며, 배구선수 ‘김연경’처럼 모두에게 든든한 언니, 누나가 되기를 희망한다. 2020년 50대에 접어들어 성전환자의 눈으로 본 세상, 성소수자와 함께 사는 사람들과 그 풍경을 그려보고자 한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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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생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0.7/뉴스1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9일 국회운영위원회 대안을 반영하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재석의원 252명 중 찬성 248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배 의원은 지난해 6월 이개호·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관으로 일했던 농림축산식품부·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상임위원장을 각각 맡은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의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심사 과정에서 상임위원장뿐만 아니라 상임위원 각각이 하나의 입법기관으로서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

이에 상임위원 선임 과정에서 이해충돌 여부를 윤리특별위원회 내의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사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개정안에 담겼다.

배 의원은 "국회의원은 행정부를 감시·견제하여 오롯이 국민께 봉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께서 부여하신 자리다"며 "이번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개설은 상임위원 선출 시 행정부와의 연관성 등 이해충돌 여부를 판단하여 국회의원이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개정안에는 △국회의원 당선 결정일로부터 30일 안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일정 비율·금액 이상의 주식·지분을 소유하는 법인·단체 명단 등록 △국회의원 당선 전 3년 이내 재직했던 법인·단체의 명단과 업무 내용 제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국회의원은 소속 상임위원회의 안건심사,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와 관련해 의원 본인·가족이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법인·단체 등이 직접적인 이익 또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알게 된 경우 10일 안에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사적 이해관계 등록, 신고 및 회피 의무,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등을 위반한 경우 국회법에 따라 징계할 수도 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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